고령화 시대를 맞아 헬스케어 및 연관 업종의 기술 발전은 눈부실 정도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의사는 물론 간호사, 심지어 환자와 그 가족이 창업을 하는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 줄을 잇고 있다. 의사가 진료 경험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질병을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기 개발을 주도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바이오 벤처붐을 이끈 마크로젠을 시작으로 의사들이 잇달아 창업에 나섰고, 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전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가 대학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용 등 몇 가지 방침을 내놨지만 의사 창업의 폭발을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이다. 창업을 늘릴 분야로 꼽히는 디지털헬스만 해도 원격진료 금지 등 각종 규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장기간 인내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지만, 선진국들과 달리 이 분야의 벤처투자 비중도 낮은 실정이다. 외부투자를 끌어올 수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역시 막혀 있다.
가장 우수한 인재로 꼽히는 의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경제적 손실이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의사 창업 기회를 확대하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저항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정권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말하지만, 일자리나 부가가치 측면에서 잠재력이 가장 높은 분야는 헬스케어다. 정부가 의료혁신에 불을 붙이려면 의사들이 더 많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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